나는 페미니스트(이하 페미) 일까.
여성의 사회적 인식과 처우는 개선되어야 한다. 남성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직위에 여성들도 동등하게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생각이 페미니즘이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페미라면 난 분명히 페미다.
페미니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념.
진보는 내부 분열로 망한댔나.
페미니즘은 위태롭다.
의견 통합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워마드, 메갈리아, 소속되지 않고 여성 인권 신장을 외치는 사람들.
모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칭하고 여성 인권을 위해 소리를 낸다.
상당 수의 페미들이 남성 혐오를 동반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은 반페미니스트들의 먹이가 되어 '페미는 정신병'이라는 구호 아래 끈끈히 단결시킨다.
어떤 페미들은 '워마드를 욕하기 전에 워마드가 왜 한국 남성을 욕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나름 설득력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워마드가 하는 표현은 매우 과장되었고, 공격적이다. 또 단순 쾌락을 위해 '키보드 워리어'가 되는 자들도 분명히 있을게다. 하지만 그 깊은 기저에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쌓인 불만들이 자리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많은 여성이 '여성다움'에 갇혀 다양성을 뺏긴다. 이는 절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장손'이라는 이유로 나보다 나이 많은 3명의 누나들보다 많은 혜택을 누렸으며, 상차림과 어른들 밥상에 수저 놓기는 항상 그들의 몫이었다. 내가 나서려 해도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고추가 떨어진다'라는 표현으로 집안일은 일절 금했다. 내가 가끔 설거지를 하고 난 뒤 부모님께 '나 설거지 잘하지?'라고 물을 때면 '남자는 살림 잘하는 게 별 소용없다'라며 시큰둥한 대답을 듣게 된다.
분명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남자로 사는 것도 힘들어!
'한국'에서 남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 힘들다. 한국 남성들은 군대를 가야 한다. 나도 이게 불만이다. '남북 관계'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가장 빛난다는 20대에 2년 간의 시간을 '국가'를 위해 바친다니. 또 세금의 상당 부분이 소모적으로 쓰이고 버려진다니.
국가가 우리에게 안정된 삶을 제공한다면 불만은 좀 덜하겠지만. 많은 통계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삶이 고단 하단 걸 말해주고 있다. 남성의 삶이 이유로 반페미들은 '여자는 군대도 안 가면서' '남자는 돈 벌어 오는데 여자는 살림이나 하면서 놀잖아'등 이상한 논리를 조잘댄다
나는
"헛소리하지 말라"
고 하고 싶다.
'남성들도 힘드니 페미들의 불만은 잘못됐다' 논리는 정말 헛소리다. 왜냐하면 그건 페미니스트들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에게 해야 할 말이다. 대상이 잘못됐다는 거다.
페미들은 여성이 차별받는 사회, 그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신들의 아픔을 알아달라고 외치는 거다. 고충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어 말하는 것. 그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아주 당연한 일이다. (추후 이야기하겠으나 나는 워마드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여기까지만 읽고 댓글에 욕하지 마라.) 남성의 삶이 불만이면, 그리고 그 원인이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면 남성들도 연대해서 시위하고 여성들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토로하면 된다. '반페미'활동이 아니라 '남성 운동'을 하라. 그런데 반페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남성 인권엔 관심도 없으면서 페미랑 싸우고 있다. 어떤 사람은 여성 혐오로 돈벌이를 한다. 어느새 혐오는 돈이 됐다.
반페미들이 말하는 '82년생 김지영'의 주된 비판은 '여성의 삶을 일반화하지 말라'는 거다.
소설가는 자신이 계획한 소설의 배경을 써 내려가는 게 일이다. 중립을 지키든 않았든 그건 작가의 마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많은 이의 지지를 받고 공감을 가진다는 건 분명히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남성들의 삶이 억울하면 '82년생 김정훈'을 써라. 많은 지지를 받아. 한국 남성의 삶의 고충을 '사회에' 토로하라. '반남성주의자'가 생기겠지만 그대들의 신념이 견고하면, 계속 목소리를 내라. 그러면 남성들의 삶은 개선된다. 제발 '이야기해봤자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관조자 코스프레로 게으름을 미화하지 않길 바란다.
그럼 넌 '워마드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니?
'아니!' 나도 워마드 싫어!
워마드는 여성 운동을 대표한답시고 한국 남성 비방을 즐기는 '사이버 스트레스 방'이 아닌가 싶다. 진정성이 있는 건지도 의심된다. 워마드가 정말 여성 인권 신장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방향을 돌리길 바란다. 그럴 마음이 없다면 워마드는 페미를 대표한다는 타이틀을 포기하길 바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도(正道)가 아니다. 남성 혐오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여성 인권'은 신장될 수 없고 오히려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 친구랑 싸우고, 왜 기분이 안 좋았고 왜 화를 내는지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시발 너 존나 극혐이야 개싫어 시벌 걍 자살해'라 말하면 친구는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남녀 간 진정한 이해와 점진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녀 대립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페미들은 '정신병자'로 낙인찍혀 결국 여성 인권은 정체한다. 워마드는 방향을 돌려라. 반남성주의,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라. 남녀 화합으로 가는 길을 택해라. 남자가 싫어도. 남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남성이 사라지지 않아도 평화는 쟁취할 수 있다.
내가 꿈꾸는 사회
불만이 있으면 연대하고, 저항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불만 많은 골치 덩어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부당한 건 부당하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부디 여성의 인권이 충분히 보장받길.
여성뿐 아니라 이 사회의 모든 소수자들,
나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