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개봉 전 평점이 테러를 당했다.
별점 테러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1. 남자들이 더 힘들다. 왜 여자를 피해자, 남자를 가해자로 몰아 버리느냐.
2. 82년생 김지영은 중립을 지키지 못한 피해망상 스토리일 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하나씩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남자들이 더 힘들다. 왜 여자를 피해자, 남자를 가해자로 몰아 버리느냐..!
그렇다. 남성의 삶 너무 힘들다. 나도 남성이니까 안다. 앞 선 포스팅에서 다양한 삶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한국 남성들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기가 힘들다.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남자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 고추가 떨어진다"는 말을 하면서 우리를 키웠기 때문이다. 남성이 특정 영역에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그 사실이 반페미니즘을 정당화할 순 없다.
"시발 남자가 더 힘든데 여자들은 왜 징징대?"라는 사고가, 페미니즘을 반대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건 남자도 힘드니 여자가 힘든건 마땅하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바란다.
남성과 싸우고 싶은게 아니라.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해. 그동안 기득권 자리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는 남성에게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란 말이다. 그 과정 속에 갈등이 빚어지는 건 안타깝게 생각한다. 특히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사이트가 그저 '남성을 폄하하는 발언'만을 이야기할 때면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여성의 정당한 권리 요구이다. 그들의 논리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이 바라는 삶을 위한 운동일 뿐이다. 지극히 민주적 절차라는 거다.(비록 그 과정 전부가 민주적이진 않을 수 있지만 말이다.) 남성의 삶이 억울하면 여성들에게 권리 요구하지 말라할게 아니라, 우리도 권리를 요구하자. 군대를 추첨제로 하든 모병제로 하든 뭐 그런 이야기부터, 데이트 비용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둥, 가장을 여자가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둥, 제발 목소리를 내자. 하지만 난 이런 목소리가 남성들로부터 나오지 않는 현실이 그동안 남성들이 기득권에 있었음을 방증하는 시그널이라고 본다.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둔해서, 멍청해서, 인내심이 깊어서 남성운동을 안 한 걸까? ㅎ 내가 써놓고도 웃기다.
2. 82년생 김지영은 중립을 지키지 못한 피해망상 스토리일 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소설가는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의 창의력으로 소설을 쓴다. 소설가는 쓰고 싶은걸 쓴다.
그래서 피해망상 스토리이든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든 문제될 건 하나도 없다. 자유주의 시대 아닌가.
소설에 문제가 있다면 대중이 잘 걸러줄거다.
우리 생각보다 대중은 훨씬 정확하고 똑똑하니까 말이다.
작년 말 82년생 김지영은 100만 부를 돌파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과연 100만 명이 넘는 수많은 '멍청한' 독자들이 '병신 같은 책'에 매료되어 그 책을 집어 든 걸까.
그렇다기엔 규모가 너무 크지 않은가.
수치가 말해주고 있다. 100만.
기사를 보니, 중국과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랜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나 보다. 그렇지 않은가? 반(反) 페미니스트들이여.
어쨌든. 제발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그만 욕했으면 좋겠다. 내 눈엔 키보드 워리어 짓이 유일한 소일거리이거나, 워마드 = 페미니즘 구도로 밖에 생각 못하는 사람으로 밖에 안 보인다.
+) 간혹 연예인들이 82년생 김지영을 비롯한 페미니즘 책을 읽은 것에 대해 악플을 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무식한 짓은 그만하자! 지금은 625 직후도 아니고, 군사독재시대도 아니다. 내가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던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읽던 그 누구도 뭐라 할 권리가 없다. 다들 '자유' 좋아하지 않는가? 근데 왜 '읽을 자유'를 침해하는가? 부끄럽게 생각하자.
+) 또한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각 사이트와 유저들이, 대립과 갈등을 멈추고 진정성과 논리에 호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