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무신론을 온전히 지지했다. 신이란건 있을리 없고 집단 정신병자처럼 간증하며 펑펑우는 사람들을 보며 미친 사람이라 생각했다. 한심해 보였다. 직접 본 적도, 과학적인 증거도 없는 하나님인가 예수인가 하는 사람에게 자기 인생을 맡기다니.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못 된다고 보았다. 더욱이 내가 웃기다고 생각하는건 교회도 지들끼리 파를 나누고 다른 종교집단은 사이비네 신천지네 하면서 자기네 교단을 더욱 신성시 한다는 것이다. 난 어떤 종교든 신을 인정하는 종교는 죄다 사이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행동이 어이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어느 날 수학문제를 푸는데, 수 체계의 정교함, 일상에 두루 쓰이는 법칙에 딱딱드러맞는게 신기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이 아무 것도 아닌 숫자들이 공식 몇개를 기반으로 술술 풀리는지. 게다가 수학은 사람이 발명한게 아니지 않는가! 발견한거지.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다 풀릴 수 가 있지?! 이런 법칙은 인간이 만들어낸 적도, 만들어 낼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수학 법칙이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는데 뿅하고 세상에 나타났다? 그게 말이 되나? 그럼 정말 이 세계를 만든 누군가가 존재하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신은 정말 존재하는게 아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이 이어졌다.
물리법칙의 적용을 받는 존재가 인간 뿐 아니라는것. 즉 자연 만물이 물리에 적용을 받는다는 것. 그것은 신의 존재가 인간의 형상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니 인격신이니 하나님의 아들이 예수니 뭐니라는 말은 분명한 개소리라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개들도 저네들이 믿는 견격신이 있어야하고, 고양이도 묘격신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내가 내린 결론은 신은 있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형체는 아니다. 이다.
따라서 죽을 때까지 아마 교회나 성당 어귀를 어슬렁대진 않을 예정이다. (여행관광지를 제외하면 말이다.)
아참 나는 종교를 가지는 것, 예를 들어 교회를 다니는 것에 대해 그리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신을 믿어야 한다는 의무로 다니는게 아니라 교회를 다니면서 '개인이 얻는 이익'(가령 마음의 평화)이 있다면 신이 있다고 믿든 없다고 믿든 다니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답답함을 느끼는건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사이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간극인데, 신에 대해 이야기에서 더욱 커져간다. 나는 유신론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너는 과학적으로 인격신의 존재가 증명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신을 믿어?'
라고 묻는데
내 친구는
'기독교는 신이 있다는걸 전제로 열심히 믿는거야' 라는 동문서답적인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니까 신이 있는걸 증명을 못하잖아!'라고 말했더니
'기독교인들은 원래 그런 논증적인거보다 신앙에 치중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아무튼 두서없이 글을 써내려갔다.
신은 있다.
필연히
근데 그 형체가 뭔진 모르겠다.
분명한건 인간의 형체는 아니다.
스피노자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