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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 토론/ 정시 확대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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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데거 2019. 11. 6.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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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를 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시확대를 지지하기에 어이가 없어서

내 생각을 댓글로 적었다.

 

---------이하 인용----------

 

우리나라 정시를 확대하고 수시를 축소를 떠나 전체적인 문제점을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정시의 문제점은 뭔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똑같은 시험 똑같은 조건에서 본다고 공정한게 아니다.

왜냐하면 출신 지역, 집안 재력, 학교 , 인간관계 같은 요인들에 따라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 목표 설정의 확실성, 정보 접근의 기회 이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요즘 같은 시대엔 인터넷강의와 같은 양질의 강의들이 널려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매달 몇백들여 대치동 현장강의 듣고 부모가 입시설명회에서 입시 정보 얻어오는 가정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랑 자유 방임적 가정에서 혼자 인강 들으며 공부하는 학생이랑 누가 더 공부를 잘 할까?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이라는 말을 되게 쉽게하는데 '마음만 먹는다고' 뭐든지 되지 않는다.

그게 쉽게 되면 이 세상 사람들 벌써 금주 금연 성공했을거다.

그리고 '나는 존나 불쌍한 환경에서 혼자 공부하며 좋은 대학갔다'며 반례 드는 사람이 있을까봐 말하는데 그건 그 쪽이 대단하신거지 대부분이 그러지는 못한다.

'불쌍한 환경에서 공부하려다가 힘들어서 공부 접었다'가 일반화에 더 적합하다.

그리고 수시 논란 터질 때 마다 '금수저 전형'이라며 정시 확대 외치는 사람 대부분이 역설적으로 강남 8학군 금수저들이다. 정시전형이 교육특구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걸 방증한다.

 

수시의 문제점은 뭘까?

"학생부 종합 전형"이 취지에 벗어나게 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학종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얼마나 탐구했는지 보겠단거 아닌가?

근데 요즘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꿈이 없다. 뭘 좋아하는지를 모른다.

학교, 학원 갔다가 남은시간 짬내서 유튜브 보고, 신곡 들으며 자고 일어나서 학교 학원가는 그런 일상이 대부분이다.

가끔 '화학자가 되볼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내 일상에 묻히고 그냥 국영수 공부하는거다.

그런 애들한테 꿈과 관련된 활동들로 고교 생활을 채우라는 건 현실성이 없다.

꿈이 확고한 몇몇 애들이나, 얄팍하게 나마 진로를 선택한 몇몇 아이들은 성실히 학종을 준비하겠지만

대부분 자기가 학종을 어떻게 살릴지 계획도 없이 대회를 나가거나 동아리에 참여한다.

그러니 9월 달엔 학생의 신분에서 소설가로 전업해서 '자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니 대학 면접도 가식적일 수 밖에 없다. 자기 꿈이 아니니까 말이다.

학종 면접은 대게 웃는 얼굴로 면접관들 비위 맞춰가며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식이다.

게다가 학생부종합전형도 학교 시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정시'때문에 사교육이 문제라하는데, '수시'도 사교육의 큰 원인이다.

학생들은 내신 챙기랴 대회 나가랴 수행평가하랴 여유가 없다.

도대체 꿈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으라는건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선생들은 일단 공부 하다보면 찾아질거라는 둥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은 꿈을 못 찾으면 어떡해야 하는지 더욱 불안해질 뿐이다. 이런 와중에 독서 활동은 더욱 녹록지않다.

나는 진정한 독서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철학책이든 과학책이든 문학이든 문장문장 따라가며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요즘은 책 읽는게 사치가 되었다. 시험을 잘봐야 학종도 쓸 수 있지 않겠냐며 독서말고 공부나 하라하고, 읽어도 내가 좋아하는 책이 아닌 '필독 도서 100선' 이런거 읽는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더 재밌는데 애들이 주체적으로 독서할 리가 만무하다. 그럼 학기 말에 대충 인터넷이나 베스트셀러,고전 목록 뒤지면서 선생님한테 독서활동 넣어 달라 하는거다. 그럼 또 면접 시즌 다가와서 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뒤늦게 읽는다. 학생부 종합 취지는 증발했다. 봉사활동과 독서활동은 어느새 누가 더 양이 많은가를 따지는 경쟁 구도가 되었다. 꿈을 찾거나 키우는 과정은 없고. 일단 대학에 붙기 위해 뭐든 채우고 보는거다. 수행평가도 단순 암기평가이면서 달달달 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버겁고 지겹다.

 

그렇다면 수시의 문제점이 더 많은 것 같으니 정시를 늘리는게 옳을까? 정시의 문구멍이 좁으니 조금 비율을 올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수시, 정시 비율을 조정하는건 근본책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둘 다 병신 같이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식이 해박하거나 교육학을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기에 어떻게 가는게 옳은 길인진 모르겠다 하지만, 공교육 개혁 없인 사교육 못 없앤다고 본다. 그리고 교사 행정 업무를 줄이고, 수업의 질을 높여줬으면 좋겠다. 독서를 시키든 잡월드를 가든 해서 애들한테 꿈을 먼저 심어줬으면 좋겠다. 공부가 마냥 재미 없는건 아니라는걸 알게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박힌 서열화가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고 스스로를 상품화하며 자기보다 더 가치 있는 상품에겐 고개 숙여야 하고 가치 없는 상품은 무시해도 되는 사회를 만든다. 이런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정시 확대 논의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구조, 그리고 나아가 사회 전반의 문제를 진단해봤으면 좋겠다.